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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현대인이 호모사피엔스(Sapiens)를 닮아야 할 이유 게시물 보기
제목 [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현대인이 호모사피엔스(Sapiens)를 닮아야 할 이유
작성일 2017.07.31



일요일 오후,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후 이사를 가는데, 집에서 책장정리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는 이야기.
허리를 움직일 수가 없고 숨쉬기가 곤란해서 잠시 앉아있으면서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틀림없이 뭔가 잘못된 것 같긴 한데 119에 전화를 할 지 아니면 좀 쉬면 괜찮아질 수 있는지 정형외과 척추전문의인 필자에게 확인해보려고 전화했다는 것.

우선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로 판단할 때 응급상황은 아닌 듯 했다그래서 어떻게 하다가 다쳤는지 다시 한 번 물었다.
친구는 잘 들어보라고 신신당부 하면서 필자에게 천천히 허리를 삐끗하게 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며칠 후에 있을 이사 때문에 필요 없는 책들은 먼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책장에 장식물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던 잡지, 아이들이 크면서 이제는 더 이상 보지 않는 책, 그리고 가끔 아이들이 들춰보는 시리즈 만화책들이 대상이었다.
보통 이사할 때 버리게 마련인데 이번에 마음먹고 정리하기로 했단다. 책을 한 곳에 다 모은 후 종이박스에 차곡차곡 쌓아서 3-4상자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나서 첫 번 째 상자를 드는 순간 허리가 뜨끔하더니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잠깐 숨쉬기가 곤란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 ! 급성디스크 증상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Sapiens)’ 라는 책에 보면,
우리 인간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우리처럼 한 공간에서 일하는 정적인 개체가 아니었다고 한다.
대신에 넓은 벌판을 뛰어다니면서 사냥과 먹을 것을 구하는 수렵채집인의 삶을 살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수렵채집인들인 호모사피엔스는 매달 또는 매주 거처와 집을 옮겨다니면서 살았고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소지품만 지니고 살았다고 한다.

또한 수렵채집인들은 자기 신체 감각이라는 내부세계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터득하고 있었다고 한다.
풀밭에서 나는 미세한 소리까지 귀 기울여 들을 수 있었으며, 최소한의 노력으로 소리내지 않고 이동하고 가장 기민한 방식으로 앉고 걷고 달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신체를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사용한 덕분에 오늘날의 마라톤 선수들 처럼 건강했다고 한다.
그들은 요즘 사람들이 하는 요가나 태극권을 수십 년 수련해도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의 건강체였다고 한다.

정형외과 척추전문의인 필자의 생각엔 현대인들도 나는 호모사피엔스다라는 생각으로 산다면 디스크 같은 질환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이사 다닐 때 버리고 쌓아야 할 무거운 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앉아서 일 하는 시간도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바쁘게 수렵채집생활을 하면서 칼로리도 과다하게 섭취할 일이 없으니 비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덤으로 근력까지 좋아져서 책이 가득한 종이박스 1상자쯤은 거뜬하게 들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추측으로는 전화를 건 친구는 아마 가벼운 급성 디스크 증상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겠다.
아마도 가벼운 진통소염제를 하루 이틀 복용하면 많이 호전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필자가 정리해 본 허리를 삐끗한 친구를 위한 처방은 다음과 같다.

1. 증상이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면 119에 전화할 필요는 없음.
2.
가벼운 진통소염제를 구해서 먹고 안정을 취할 것.
3.
내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기도 어렵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다시 필자에서 전화한 후 병원에 내원할 것.
4.
마지막으로 안하던 일 하지 말고 이사는 전문인에게 맡길 것.
이상 총 4가지였다.

전화를 끊고나서 필자는 곰곰 생각했다.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 인류의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면 거기에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필자의 머릿속엔 거친 정글과 초원을 누비며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이 하루 종일 맴돌았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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