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근육질 남성이 진료실에 들어왔다. 헬스트레이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주전부터 자고 일어나서 왼쪽 어깨를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빠져서 내원했다고 한다. 어깨가 아픈 것은 없는데 왼쪽 팔을 들어 올릴 수 없고,
오른쪽 손으로 왼쪽 팔을 잡아서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도 팔에 힘이 없어서 툭하고 떨어진다고 했다.
가까운 병원에서 목이나 어깨에서 문제가 생겨서 이런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을 듣고, 어깨와 목부위의 MR을 촬영했다.
MR결과 어깨부위에 힘줄의 경미한 이상소견이 있었고, 목부위에도 제4-7경추에 걸쳐 추간판 탈출증 소견이 보였다.
타원에서의 진찰결과 목디스크는 심하지 않고, 현재는 어깨 힘줄파열소견.
그런데 현재 어깨 상태는 수술을 할 정도의 소견은 아니므로 주사치료와 체외충격파치료를 받고 지켜보자고 했다.
치료받으면서 어깨 힘은 나아지고 있으나 팔이 여전이 완전히 어깨위로 올라가지 않았다.
이제는 목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지인의 소개로 다른 척추전문의를 찾아갔다.
진찰결과 제4-5경추간 목 디스크 때문에 어깨에 마비가 온 것이라고 했다.
우선 디스크를 고주파로 줄이는 시술을 해 보고 낫지 않으면 수술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해들었다.
이쯤 되면 환자는 멘붕에 빠진다. 어깨치료를 받고 증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의 얘기와 MR소견을 보고 종합해 본 결과, 현재 증상은 제4-5경추간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한 제5경추 신경의 압박이 원인이다.
제5경추 신경은 어깨를 덮고 있는 삼각근 (deltoid muscle)의 운동을 담당하는데 신경의 압박이 심해서 마비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삼각근은 어깨위쪽을 덮고 있는 근육으로 떡 벌어진 어깨의 보습을 담당하는 어깨근육중에서 가장 중요한 근육이다.
이 환자의 경우 아쉬운 점이 있다. 타원에서 찍은 경추 MR 영상이 깨끗하지 못했기 때문에
질환을 의심하고 MR을 다시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았으면 진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을 수 있다.
환자에게 이런 사실을 잘 설명하고 본원에서 경추 MR을 다시 촬영하였다. 역시 제4-5경추간 추간판 탈출증으로 인해서 제 5경추 신경의 압박이 있는 상태였다.
다행히 신경의 압박은 심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고 치료방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이다.
현재 아직 마비증상이 남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걱정은 되겠으나, 조금씩 나아지고 있기 때문에 쉬운 신경주사치료를 받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신경경주사치료 1주일 뒤에 다시 만났다. 이전보다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
아직 힘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이제는 팔이 거의 다 올라가서 안심이 된다고 했다. 다행이다.
그는 다시 떡 벌어진 어깨의 멋진 헬스트레이너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달려라병원 이성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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