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허리도 다리도 아니면 도대체 어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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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6.26 | ||
필자는 척추관절 전문병원에서 목이나 등, 허리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척추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얼마 전 외래진료 중, 옆방 진료실 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필자의 진료실에 들어왔다. 그 분은 하지관절 전문의. 물론 용건은 언제나 그랬듯 환자에 대한 상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50대 초반의 여자 환자라고 했다. 그 선생님(하지관절 전문의)에게 무릎 치료를 받아왔는데, 간혹 다리가 심하게 아프다고 호소한다는 것. 문제는 수 년 동안 그 증상을 치료하려고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찾아간 병원마다 진단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었다. 어느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라고 했고, 다른 병원에서는 협착증, 또 어떤 병원에서는 허리에는 이상이 없고 다리 문제라고 진단받았다고 했다. 물론 치료를 받았지만 낫지 않아서 이제는 어느 정도 체념을 한 채로 무릎만 이 선생님께 치료를 받아왔다고 했다. 최근에는 다리로 뻗어 내려가는 증상이 심해져서 이제는 발을 디딜 수도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 MRI를 찍어봤지만 허리에는 이상이 없다고 들었다는데, 다리 전문가로서 볼 때 다리 문제가 아니라서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필자의 의견을 물었다. 우선 환자를 만나 꼼꼼히 살펴보겠노라며 그 선생님을 안심시켜 돌려 보냈다. 조금 뒤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를 만났다. 통증으로 다리를 절룩거렸다. 언뜻 보기에도 심한 디스크탈출증이나 협착증 환자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문진 결과도 유사했다. 타병원에서 가져온 허리MRI를 자세히 살펴봤다. 일단 눈에 띄는 디스크 질환이나 협착증은 보이지 않았다. 같은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처럼 약간의 퇴행성 변화가 보였으나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서 통증을 일으킬 모습은 아니었다. 타병원에서 허리는 정상이라고 말 할만 했다. 그런데 척추의 축을 따라 본 단면(axial view)사진을 보던 중 이상한 곳을 발견했다. 원래는 허리의 신경관에서 다리로 가는 신경근이 좌, 우로 대칭적으로 나오는 것이 정상인데, 이 환자의 경우에는 비대칭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신경근이 기시되는 모습을 자세히 추적해 보았더니 좌측 요추5번 신경근이 신경관에서 기시되는 것이 아니라, 요추4번에서 기시되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척추가 움직일 때, 나이가 들면서 비후된 후관절이 신경근을 누르면서 통증이 발생되었던 것이다. 일단 유력한 원인을 찾았으니 치료에 대한 희망이 생겼다. 좀 더 확실한 증거를 갖기 위해서 치료적 진단 목적으로 신경주사치료를 하고 반응을 살펴 보았다. 치료 후 환자는 처음으로 통증이 경감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활동을 하면서 다시 증상이 악화되기를 반복했다. 구조적인 결함으로 인해 신경이 지속적으로 압박되므로 주사치료로는 완치가 힘들다고 판단하여 결국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수술은 간단했다. 신경을 누르고 있는 뼈의 일부를 제거하여 신경 눌림을 해소시켜 주는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웃으면서 병원 복도를 걸어다니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접합신경근(Conjoined nerve root)은 척추신경의 기형적 형태로, 인접한 두 개의 신경근이 한곳에서 기시되는 것을 말한다. 약 6~8%정도에서 발견된다고 보고돼 있다. 대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구조적 취약성으로 인해 협착증이나 디스크질환이 생길 때 신경이 쉽게 눌릴 수 있는 반면 진단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따라서 간혹 디스크나 협착증이 심하지 않음에도 통증이 반복되고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에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활짝 웃으면서 커피를 건네주시던 환자분의 표정이 가끔 떠오른다. 병원에 오실 일이 없어져서 다시 볼 순 없지만, 늘 건강하기를 바라는 의사의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달려라병원 조희철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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