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줄기세포는 언제쯤 퇴행성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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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7.10 | ||
요즘 뉴스를 통해 정말 많이 듣는 말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우리 몸에서 치료하기 참 어려운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이제나 저저나 기다리고 있었고, 이제 다행히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자기들만의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을 위해 사적인 시술을 받아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이기에 그 치료 분야도 다양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입증이 되어 사용되고 있는 부분은 몇 군데 밖에 안 되는 게 현실이다. 그 중에서 무릎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는 현재 어느 정도까지 쓸모있게끔 발전해 있는걸까? 진료실에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몇 달 동안의 계속된 통증으로 인해 MRI 검사를 시행했던 분이다. 퇴행성관절염이 심하고 반월상연골판도 다 찢어져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을 드렸던 환자분이다. “결심은 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더니 장황하게 대답을 이어간다. "사실 원장님께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다른 유명한 병원에 가서 다시 진료를 받았어요. 그런데 거기 원장님이 저한테 줄기세포 수술을 권하시더군요. 이것만 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비용이 많이 든다기에 순간 고민이 되어 일단 알겠다고만 했네요. 그리고 원장님을 다시 찾아온 이유는 왜 줄기세포 수술은 이야기도 하지 않고 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권했는지 조금 화도 나서 원장님 이야기를 한 번 다시 들어볼까 싶어서요."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정말로 드물지 않다. 반대로 필자가 줄기세포 수술을 권한 환자가 다시 찾아와서 "다른 대학병원에 갔더니 줄기세포 수술은 아직 시기상조이니 그냥 인공관절 수술을 하라."고 들었다면서 원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를 권하는 지 의아하다며 과잉진료 아니냐고 화를 내는 경우도 필자는 경험한 바 있다. 알듯말듯한 줄기세포 치료. 언뜻 들으면 다 알 것 같지만 조금만 이야기를 깊게 하면 너무 전문적으로 보여 멈칫하게 된다. 줄기세포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뉜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 수정란이 분열, 분화를 거쳐 아기가 되는 근원인 배아가 될 때 이 배아가 가진 세포를 말한다. 이 세포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를 만들 수 있는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배양해서 원하는 조직으로 분화시키면 질병이 있는 장기나 조직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것임에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배아가 사람이 되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가 너무 커서 현재 연구를 허용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 대안으로 현재 연구가 되고 있는 것이 성체줄기세포다. 이는 제대혈(탯줄혈액)이나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등에서 추출해내는 세포이다. 뼈, 간, 혈액 등 구체적인 장기의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세포다.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 신경을 만드는 신경줄기세포, 그리고 현재 재생의학 관점에서 각광받고 있는 중간엽줄기세포 등이 있다. 이전에는 분리해내거나 증식시키기 어려워서 많이 사용하지 못했지만, 기술적인 발전으로 꽤 많은 수를 분리해서 증식시킬 수 있어 점차 실제 병의 치료에 이용하는 빈도가 늘고 있다. 이 중 중간엽줄기세포가 바로 퇴행성관절염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줄기세포다. 몇 년 전 우리나라의 기술진이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중간엽줄기세포를 분리, 증식에 성공하였고 임상시험을 완전히 통과했다. 연골재생에 필요한 수만큼 세포를 제품 형태로 담아내서 병원에 공급을 하면 이를 환자 무릎 뼈에 구멍을 내고 심어넣는 수술을 한다. 그리고 수술 후 MRI와 관절내시경 검사를 통해 실제로 연골이 잘 재생이 되었음을 확인까지 해서 제대로 된 치료방법임을 입증하게 되었다. 불과 5년 전만해도 “설마 그럴 수가?”라던 이 놀라운 치료법이 점차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오해와 다른 수술 외적인 문제로 인해 아직 모든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선택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이유가 바로 비용이다. 치료에 효과적인 숫자 만큼의 세포를 만들어내는 데 비용이 아주 많이 든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보면 수술을 통해 효과를 볼 수 있으려면 줄기세포가 750만개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주사치료로 효과를 보려면 1억 개가 필요하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려면 정말 엄청난 돈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금전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 많은 환자들은 이 수술이 가능한 상태임에도 어쩔 수 없이 선택하지 못하고 더 악화된 후 좀 더 적은 비용의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수술이라는 무서운 과정을 거치고 3달 정도 직업 및 기존 활동을 원활히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자신의 몸에 수술이라는 큰 부담을 안기려면 기존의 주사나 약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많이 아파야한다. 하지만 기존에 개발되어 있는 주사나 약물이 꽤 효과적으로 염증을 줄여 통증이 극심하지는 않게 되기 때문에 바로 주사시술도 아닌 수술은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다. 시간이 더 경과해서 인공관절 수술을 하게 될 때 '아 그 때 미리 수술할걸...' 이라는 마음이 들 순 있지만 말이다. 세 번째는 이 치료방법이 효과가 있음이 인정되었지만, 개발된 지 몇 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아직 오랜 기간의 임상자료가 축적되지는 않은 상태라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 중 기존 치료에 익숙한 분들은 아직 더 오랜 시간이 흐를 때까지 기다려보고자 하는 마음들이 있고, 이로 인해 의사들 사이에 의견이 나뉠 수도 있다. 그럴 때 줄기세포 치료 효과에 대한 부분적인 불신이 생길 수 있어 그로 인해 수술까지는 망설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네 번째는 줄기세포 수술의 남용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의사들의 과잉진료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3상 임상실험을 거쳐 효과가 입증된 중간엽줄기세포는 딱 하나 밖에 없다. 이 줄기세포를 연골이 없는 무릎에 심어주고 일정 시간을 기다려서 MRI나 관절내시경을 통해 제대로 연골이 재생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효과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런데 줄기세포 수술이 모든 퇴행성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수술을 받는 부위로 보면 대퇴골이나 슬개골 부위는 결과가 아주 좋지만, 경골 부위는 제대로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또 반월상연골판이 찢어져버린 경우 새로 재생된 연골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닳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앞에 진료실에 내원해서 필자에게 원망어린 시선을 보내신 환자분도 이런 경우였다. 그럼에도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피할 수 없는 환자분들에게도 그 사실을 정확히 말하지 않고 무조건 치료될 것이라는 이야기만으로 그냥 수술을 해버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벌써부터 그로 인한 부작용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애초에 제대로 된 임상시험도 거치지 못해 보건복지부의 허가도 받지 못한 상태의 줄기세포 치료도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환자분들의 수술하지 않고 낫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을 이용하여 단순히 증상만 호전되게 하고도 관절염이 치료가 된 것이라고 호도하는 경우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환자분들을 불행하게 하고, 그로 인해 인정된 줄기세포로 제대로 치료를 하려는 의사들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진짜로 수술 없이 주사를 통해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연골재생을 완성해보려고 하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실험실 내에서 효과를 입증하는 단계의 임상시험은 완료하고 실제로 환자분들에게 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보는 마지막 3상 실험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있다고도 한다. 이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주사만으로 퇴행성관절염을 조절할 수 있는 꿈같은 일이 사실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일은 사실 꿈이다. 꿈을 사실로 믿고 싶어도 믿는 사람만 피해를 보고 실망하게 되며, 꿈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의사는 의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이 글을 읽은 우리 독자들 중에 줄기세포 수술을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었다면 반드시 정확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그리고 수술 후 검증까지 꼼꼼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의사를 만나기를 꼭 바란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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