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따뜻한병원 & 착한달리기] 여자의 마음은 디스크와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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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8.01.22 | ||
여자의 마음은 디스크와 같다?! 지난 여름 무렵이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환자분이 진료실을 들어오는데, 걷는다기보다는 거의 기어서 들어온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통스러워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손은 허리를 잡고, 한 손은 벽을 짚으면서 허리를 반쯤 숙인 채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오기에 얼른 일어나서 진료실 의자까지 부축을 해 드렸다. 평소 허리가 약한 편이었는데, 출산 후 애기의 몸무게가 늘어감에 따라 통증의 빈도가 점차 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여느 때처럼 애기를 안아 올리다가 갑자기 극심한 요통이 발생된 것이었다. 문진을 마친 뒤 바로 정밀 검사를 하였고, 한 시간 뒤 검사 결과를 앞에 두고 환자와 마주 앉았다. 예상대로 원인은 허리 디스크의 문제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이미 여러 곳의 디스크 상태가 나빠져 있었다. 허리의 척추는 5개로 되어있고, 각 척추사이에는 관절로서의 역할과 쿠션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연골(물렁뼈)가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디스크라고 부른다. 정상 디스크의 구조는 수핵이라고 부르는 말랑말랑한 연골이 속에 있고, 겉에는 이 수핵을 감싸는 질긴 인대가 여러 겹으로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은 섬유륜이라고 부른다. 만약 섬유륜에 균열이 생기면 그 틈으로 말랑한 수핵이 밀려나오게 되는데, 그것을 디스크 탈출증이라고 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요추3번-4번간, 요추 5번-천추1번간 디스크 탈출증이 관찰되었는데, 이중 특히 요추5번-천추1번간의 탈출된 수핵이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어서 다리까지 당기고 아팠던 것이다. MRI를 보면서 현재의 상태를 설명하는 동안 환자의 얼굴은 점점 근심으로 어두워 졌다. 이유를 물어보니, 3살짜리 아이가 엄마와 잠시도 떨어지기를 싫어해서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언감생심이었던 것이다. 환자의 사정을 듣고 나서, 이 환자에게 ‘신경성형술’을 권하였고 환자의 얼굴은 마치 한줄기 희망을 본 듯 밝아졌다. 이 치료는 당일입원치료가 가능한 치료이므로 입원에 대한 부담을 덜 수가 있었던 것이다. 남편이 쉬는 토요일을 이용하여 치료를 받고 퇴원한 환자분은 그 뒤 통증에서 해방되었고, 이 후 몇 차례 외래 진료를 보고 나서 더 이상 병원에 올 필요가 없어졌다.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며칠 전. 진료실로 낯익은 얼굴의 그 분이 다시 내원하셨다. 그런데 표정에서 뭔가 좋지 않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인즉슨, 지난번 치료 이후 잘 지냈는데, 얼마 전 아기를 안다가 또다시 통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아픈 곳이 약간 다른 것 같다고 하여, 정확한 현재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MRI로 검사를 해 보았다. 검사 결과 흥미로운 점이 관찰되었다. 지난번 통증의 주원인이던 요추5번-천추1번간 디스크탈출증은 시술 후 많이 나아져 있었으나, 이전에 괜찮던 요추4번-5번간 디스크에 새롭게 탈출증이 발생되어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통증의 원인이 변한 것이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다’라고 했던가? 변하기 쉬운 것을 비유할 때 흔히 쓰는 인용구로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여자의 마음은 변합니다~’ 라는 노랫말에서 유래된 말이다. 그런데 척추 환자들을 진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젊은 사람들의 디스크 탈출증은 ‘여자의 마음’에 견줄 만큼 다양한 변화를 보일 때가 있다. 젊은 사람의 디스크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탈출된 수핵이 탈수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잘 나을 수도 있는 한편, 척추의 움직임에 따른 디스크의 압력변화가 크므로 손상된 디스크가 더 악화되기도 싶다. 그래서 이번에 잘 나았다 하더라도 늘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젊은 환자들의 디스크 탈출증이다. 상태를 함께 살펴본 환자는 주저없이 신경성형술로 치료 받기를 원했고, 다행히도 이 치료는 환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주일이 지난 오늘, 경과 관찰을 위해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고 미소 때문인지 새삼 인상이 달라 보였다. 표정이 좋아 보인다는 필자의 물음에 통증이 없어지기도 했고 그동안 관리를 못하다가 오랜만에 화장을 해서 그런 것 같다며 웃는다. 유모차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기가 나중에 커서 엄마의 이런 고생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달려라병원 조희철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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