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무릎전문의인 필자의 진료실에서 무릎 진료를 받는 많은 분들이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관절건강이 도움이 되는 식품이나 약은 없나요?”라는 것이다.
워낙에 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무릎 관절연골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 신빙성을 의사의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필자의 대답은 늘 같다.
“뭐든지 고루고루 잘 드시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어떤 건강식품 하나가 연골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명확한 것이 없어서 저도 특별히 복용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정형외과 의사들의 의학지(JOIN OS No.8 June 2017)에 기고된 기고문 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글이 있어 참조해서 알려드리려고 한다.
우리 몸에 많이 좋다고 알려져 있는 여러 음식물 중에서 쉽게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과일과 채소이다. 과일과 채소에는 항산화 물질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식품 중에 많다고 알려진 항산화 물질은 폴리페놀, 비타민 C, 비타민 E, β-카로틴 등이 있다.
동맥경화나 뇌·심장혈관계 장애, 노화나 발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더해 관절염의 중요한 발병기전인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효과들이 실제로 우리 몸의 관절, 특히 가장 큰 관절이면서 관절 질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슬관절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염증은 독소에 대한 자연적인 신체 반응 과정 중 형성된 세포 파괴 분자인 유리기(free radicals)를 생성한다.
활액막(무릎 관절 사이의 완충 작용 역할)은 피부, 눈 등과 같은 다른 신체 조직처럼 활성 산소의 일종인 유리기에 의해 손상되기 쉬운 조직이다.
비타민과 카로티노이드 등과 같이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항산화 물질들은 활성 산소를 중화시키고
관절 내 세포들을, 관절염의 중요한 발병기전인 산화적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몇몇 연구들에 의하면 활성 산소 요소들에 의한 산화적 손상은 슬관절의 말초 통증 민감성을 증가시키고
비타민 C, 베타-카로틴, 비타민 E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무릎 관절염 진행을 늦춘다는 보고가 있었다.
채소나 과일 내에 함유된 다양한 항염증·항산화·면역조절 물질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무릎 관절 통증을 완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무릎 관절 통증 및 관절염에 대한 채소와 과일의 유익한 기능은 단순히 항산화 효과로만 설명되지 않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다양한 영양학적인 요소들이 복합적인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짐작된다.
산화 효과, 염증전구물질, 면역 반응이 말초 통증 감작을 조절하기 때문에 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비타민, 미네랄 성분들을 포함하고 있는 과일과 야채의 섭취로 관절염 증상의 호전을 일정부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성분들의 개별적인 섭취가 무릎 관절염의 진행과 증상 완화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지
혹은 특정 항산화제나 비타민제로 단일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임상 증거는 부족하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 관절염 예방을 위해서 비타민, 카로티노이드 등을 포함하고 있는 식이 보조제의 섭취가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2010-2011년 제5차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시행된 연구결과에서
채소와 과일 총섭취량, 채소와 과일 각각의 섭취량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세 경우 모두 섭취량에 비례하여 무릎 통증 정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들이 채소와 과일 섭취량의 증가가 방사선 검사에서 나타난 퇴행성 슬관절염의 등급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야채나 과일의 섭취는 무릎 통증의 정도를 완화시키고 심한 무릎 통증의 유병률을 낮추는 것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비타민 C, E와 카로티노이드(carotenoid)의 섭취량을 따로 분석하여 연구한 결과에서는
이들 자체만으로는 무릎 통증의 정도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면서 무릎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특정 항산화제나 비타민제로 단일 영양소를 섭취하기보다는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효과적이고,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노년층의 경우 과일과 채소 섭취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지고 연구되고 있는 결과만으로 보면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잘 먹는 것이 무릎 관절의 염증과 통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특정 성분을 포함하는 비타민 영양제나 글루코사민 등의 건강기능식품을 단순히 믿고 먹는 것은 큰 도움이 안될 것 같다.
여기에 덧붙여 많은 연구에서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가장 좋은 방법은 무릎 위쪽 근육인 대퇴사두근의 강화운동이다.
하루 20분 정도의 꾸준한 실내자전거 타기를 주 3-4회 하는 것이 이를 실천하는 아주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달려라병원 손보경 원장
[주] 본 칼럼은 이화여대 목동병원 유재두 전문의가 JOIN OS No.8 June 2017에 기고한 내용을 일부 참고.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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