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되면 초등학생 자녀와 어머니가 함께 정형외과 진료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때로는 중학교 자녀와 같이 오시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진료실에 들어와서 하는 이야기는 거의 비슷합니다.
“척추가 휘어 보이는 것 같아서 왔다.”, “ 아이가 평소에 자세가 많이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학교 건강검진에서 척추가 휘었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돼서 왔다.” 등등입니다.
여기서 척추가 휘었다고 하는 경우를 보통 “척추 측만증” 이라고 부릅니다.
목에서 허리까지 이어지는 척추뼈가 정면에서 봤을 때 직선이 되지 않고 휘어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통증이 있어서 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부모님이 우연히 척추가 휜 것을 발견해서 데리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뒤에서 보는데 양쪽 어깨 높이가 달라 보인다든가 아니면 한쪽 등이 튀어 나와 보여서 자녀를 데리고 정형외과를 찾아오시는 것이죠.
측만증의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엑스레이 검사이고 이 검사을 통해서 척추가 휘어있는 정도와 주된 변형이 이루어지는 부위 등을 확인 할 수 있으며
병의 진행 경과 또한 추적 관찰 할 수 있습니다. 척추측만증은 휘어지는 척추 변형 각도를 측정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10도 이상의 만곡이 있을 때 척추측만증으로 진단합니다.
청소년기에 발견되는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특발성 척추 측만증이라고 합니다.
원인을 알 수 없으며 유전적 요소, 생화학적 요소, 신경 및 근육계 요소가 모두 관여할 것이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척추측만증의 치료 목적은 변형이 더 이상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대부분 변형 각도가 심하지 않으면 성장기 동안의 정기적 추적 관찰만 하면 되지만
성장 기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청소년기에 변형 각도가 30도 가까이 되면 보조기 사용도 고려하게 됩니다.
더 심한 변형이나 만곡이 점점 진행한다고 판단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되지만 환자의 신체 상태나 성장 여부 등을 신중하게 고려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또한 요통이 있어 내원한 자녀가 우연히 측만증이 발견되었을 때 측만증이 요통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분들도 있는데
요통과 측만증은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척추측만증의 진단과 치료 여부를 떠나서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보통 자녀의 척추 측만증이 발견될 때 부모님들의 반응을 보면 대부분 자녀의 생활 습관이나 자세로 인해서 문제가 생겼다고
지레 짐작하며 자녀에게 책임을 묻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나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청소년기에 발견되는 측만증은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결코 자녀의 책임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자녀는 괜한 죄책감을 가지게 되며 자신은 뭔가 문제가 되는 병에 걸렸고
앞으로도 안 좋은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별다른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는 병이며 앞으로의 사회생활이나 건강 생활이 지장이 없다는 것을 잘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료계에도 가끔은 이런 부모님의 불안감이나 공포를 이용해서 쓸데없는 의료기구나 과도한 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합니다.
달려라병원 정호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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